제 목   제15차 통일한국포럼
글정보   행사일 : 2017-12-14, 조회수 :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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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5차 통일한국포럼>


현장에서 본 북한,
대북제재 속 북한주민의 삶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총 11차례의 대북제재를 결의했고 이중 8번은 김정은 집권 후 이뤄졌다. 제재가 발효되어 본격적으로 시행될 때마다 북한의 외교 입지와 경제 공간은 조여들었다. 북한의 핵무력 완성을 위한 폭주에 대응해 강도를 더해가는 국제사회 대북제재 국면 속에서 북한 사회와 주민들의 삶은 실제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김정은 집권 이듬해인 지난 2013년부터 북한 현지에서 스위스의 대북사업을 진행하며 주민들의 삶을 직접 접해 온 토마스 피슬러 전 스위스개발협력청(SDC) 평양사무소장을 비롯한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대규모 인도주의적 위기
언제든 재발 가능한 취약 상태



현재 북한의 상당수가 인도주의적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식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200만 명에 달하는 모자(母子)들이 기초적인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5세 이하 어린이들의 30%는 발육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임산부 가운데 약 1/3에 해당하는 수만 충분한 식량 확보가 가능한 상황이다. 연간 곡물 부족분은 15~20%에 달한다. 만성적인 가난과 식량 부족은 대규모 영양실조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깨끗한 식수를 확보하기 어렵고 취약한 위생 환경 역시 많은 질병을 야기하며 이는 유아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35만 명이 넘는 임산부들이 건강관리 서비스의 부재로 조산 합병증처럼 목숨을 위협 받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북한 주민, 식량 부족분 상당량 비공식 거래로 충당해

19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알려진 대기근 이후 북한이 농업 생산성을 점진적으로 개선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식량은 수요에 비해 충분한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현재 북한이 가동하고 있는 산업을 지속하기 위한 에너지 자원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은 대부분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위스개발협력청 평양사무소장으로 근무하며 현장에서 본 북한은 대규모 인도주의적 위기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취약한 환경이었다.
현재 북한 정권이 진행하고 있는 5개년 계획은 공식적으로 농업 생산과 에너지 공급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주민들은 배급제에 따라 식량을 공급 받고 있으나 상당량의 부족분은 비공식 거래나 협동농장 인근의 소규모 농장과 가정용 텃밭, 심지어 들판과 산림에서의 채집을 통해 획득하고 있다. 농촌 지역 주민들은 다양한 방법을 구사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도시 지역 주민들은 환경 측면에서 배급제에 보다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북한은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연쇄적으로 실시하며 주변국들과 관계가 크게 악화되었고 유엔을 중심으로 이어진 일련의 대북제재로 곤란을 겪고 있다. 그간의 대북제재가 북한의 경제 및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단순하게 정의하는 것은 무리일지 몰라도 실제 무역이나 금융 등의 분야에서는 일정 부분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대북제재가 북한 주민 삶의 변화와 어떻게 결부되어 나타날지에 대한 관심과 판단이며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활동으로 대규모 인도주의적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스위스개발협력청(SDC) 평양사무소는 지난 1995년부터 북한에서 사업을 수행해오고 있다. 주요 활동으로는 경사지관리(SLM), 재난위험감소(DRR)와 함께 ‘WASH(물과 위생)’ 그리고 세계식량계획(WFP)에 분유를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북한 농촌 지역 주민들에게 임농복합경영을 전수하고 지역 시장과 연결을 활성화해 생계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동시에 궁극적으로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간의 평양사무소 사업 대상 지역의 북한 주민들은 과거보다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고 취약한 위생시설을 개선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백만 명에 가까운 어린이들이 충분한 영양소를 가진 식량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북한에서 인도주의 사업 환경은 분명 특수한 조건 아래 진행되는 과정이다. 자연재해 등 계속되는 위기 상황이 발생하고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강력한 국가의 권위로 인한 부작용 등이 존재한다. 따라서 SDC는 대북 인도주의 지원의 양상과 방식에 대해 지속적으로 숙고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재난위험감소가 주요 분야로 대두되었다. 다양한 지역과 연계될 수 있도록 하고 지역 사회의 특성에 초점을 맞춘 식량안보 및 위생 프로그램을 적용하여 결과적으로 통합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지역 사회 맞춤형 식량안보와 자연재해 관리 병행해야

특히 북한의 인도주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측면에서 식량생산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지역 사회라는 단위는 SDC 프로그램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한 주요 거점의 역할을 담당하며 여러 데이터를 통해 성과를 입증했다. 북한 지역 사회를 단위로 인도주의 사업을 적용할 때에는 반드시 주민들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하여 식량생산의 효율성을 높일 가능성과 함께 홍수 및 가뭄 등 자연재해 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즉 ‘기회와 위협’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수반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작업을 토대로 소위 ‘거점화된 지역 사회’를 바탕으로 하여 보다 광범위한 사회 단위로 연계되는 확장성을 견인해 나감과 동시에 자연환경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인도주의 접근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북한 주민들이 직접적인 외부의 위험 요소들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지역 사회의 회복력은 ‘안과 밖’에서 구조적으로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내부적 차원으로 SDC의 ‘인간 지속성’ 프로그램은 지역 사회와 개인이 각자 고유의 힘으로 직면하고 있는 위험 요소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자립성을 신장시킨다. 외부적 차원의 ‘생계 자원’ 프로그램은 지역 사회로 하여금 자연 자원의 지속가능한 관리를 통해 재난 위기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한다. 문제는 이를 이룩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며 이 시기에 주민들이 인내하며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과 보호가 극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안팎의 여러 위기에도 북한의 인도주의 상황에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국제사회 인도지원 감소
약제 반입 어려움 겪어


최근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 상황에서 북한 보건의료 상황을 중심으로 실태를 파악해보자. 김정은 체제 출범 후 지난 6년 동안 북한 당국은 평양을 중심으로 현대적인 의료시설을 건립하기 시작하였다. 2010년까지 국내외 대북지원 단체에 의해 개보수되고 현대화된 의료시설이 아닌 주체적으로 북한식 건물을 새로이 건립한 것이다. 군인전문 치료 병원인 대성산종합병원, 옥류아동병원, 그리고 류경안과종합병원 건립이 대표적이다.
또한 정성제약공장을 확충하여 수액제뿐만 아니라 심혈관 관련 약품 등을 생산하였고, 평양제약공장과 스위스가 투자하여 제약합영회사를 설립, 약제 품질관리기준(GMP)을 마련하였다. 병원 간 연계시스템과 원거리 의료봉사체계를 도입하여 화상전송 진료 등 의료 서비스 전산화와 의료 인력에 대한 진료 교육에도 역점을 두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은 평양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전국적 측면에서 일반 주민들의 접근성은 낮다. 더욱이 최근 의료 장비 및 기기는 물론 원료 의약품의 부족으로 원활하게 운영되지 못함에 따라 일반 주민들은 필요한 약을 여전히 장마당이나 약매대를 통해 구매하고 의사에게 일정금액을 뇌물성으로 지불하여 치료 받고 있다.
주민들은 대개 장사로 벌었거나 농작물을 팔아 만든 돈으로 약값과 치료비를 마련하지만 일반적으로 식량을 구입하는 데 최우선으로 지출하고 있기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민속요법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특히 자강도, 함경남북도, 양강도 등의 지역은 만성 영양결핍 아동의 비율이 3명 중 1명으로 취약한 수준인데, 지난 2017년 극심한 가뭄으로 옥수수와 쌀의 수확량이 부족하여 생계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면 경제력이 있는 가정에서는 최근 응급 시에 대비하여 1회용 주사기(500~1천원), 체온계(5천원), 혈압계(중국산 13만200원, 북한산 6만5천원) 등을 구입하는 추세다.


북한 주민 3대 비전염성 질환 사망률, 남한의 3~5배

주거 환경의 경우 전국적으로 85%의 가정에 상수도가 구비되어 있지만 상수도관의 노후화와 정수 시스템의 미비로 식수는 세균과 배설물 등의 오염원에 노출되어 있다. 그것마저 전력난으로 인해 대도시 중심지를 제외하고는 식수 공급 시간이 제한되어 펌프식 우물을 파거나 강에서 물을 길어 식수를 해결하기도 한다. 오염된 식수와 비위생적 환경으로 인해 몇 달 전 양강도에서는 장티푸스가 발생했고,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또한 인분을 이용한 농작물 재배가 많아 기생충 감염에도 취약하다. 기생충 감염률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0~70%로 추정하고 있다. 구충제는 장마당에서 한 알 가격이 쌀 500g에 해당되는 가격으로 공장 노동자의 한 달 월급 수준이어서 구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구충제를 복용하여도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인분을 사용한 채소와 민물고기를 섭취하기 때문에 다시 감염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북한 주민의 주된 사망 원인은 뇌졸중, 폐질환, 심혈관 질환이다. 이들 3대 비전염성 질환은 전체 사망의 1/3을 차지하고 있다. 연령 표준화를 거쳐 남한과 비교할 경우 이러한 질환으로 인해 사망하는 확률이 우리보다 3∼5배 높다. 사망에 이르지는 않으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건강 부담이 되는 문제는 요통 및 신경통, 눈 및 귀 등 감각기계 질환, 피부질환, 철결핍성 빈혈 등이다. 북한 가임기 여성의 빈혈 유병률은 31.2%로 조사된 바 있다.
국제사회가 진단한 북한과 협력 전략 또는 우선순위 보건 문제를 살펴보면 현재의 북한 보건의료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유엔은 2017∼2021년까지 ‘식량 및 영양 안정성’을 북한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까지 ‘비전염성 질환 예방 및 관리’를 최우선 전략으로 제시하였고, 다음으로는 ‘모성 및 영유아의 영양 등 위험요소 감소를 통한 건강관리’, ‘전염성 질환 관리’ 순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북한 주민의 3대 사망 원인이 비전염성 질환이어서 이들 질환관리에 대한 실질적인 수요계층이 북한 지역 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영유아기의 영양결핍은 장기적으로 신체장기 기능에 영향을 미쳐 성인기가 되면 만성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영유아기 영양공급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 전염성 질환 중에서는 북한 의료 서비스 전달 체계와는 별도로 결핵에 대한 의료공급 체계가 구축되어 있어 북한의 핵심 보건 문제임을 알 수 있다.
북한은 전 세계에서 결핵으로 인한 국가 부담이 큰 국가에 속해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WHO, 글로벌 펀드(Global Fund), 민간단체 등에서 지속적인 결핵 지원 사업을 전개하였음에도 2010년 이후 결핵 발생률이 증가하였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의심 환자가 확진됨에 따라 진단자 수가 증가하였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다행히 2016년에는 인구 10만 명당 결핵 발생률이 513명으로 전년도인 561명보다 감소하였다. 다만 치료 과정에서 약 15%가 다제내성 결핵으로 판명되어 WHO는 북한의 치료를 체계적으로 받지 못한 환자 수가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유엔아동기금(UNICEF)은 모성 및 아동의 사망이나 취약한 건강·영양 상태의 원인으로 부적절한 음식 섭취와 비위생적인 환경을 지적하였다. 지금도 북한에서는 여전히 영양결핍으로 설사증 등 예방 가능한 요인으로 인한 영유아 사망이 초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의료 시장화되며 경제력 따른 의료 소외계층 나타나

북한에서 무상 식량배급이 축소되고 무상 치료제에서 보건의료 서비스가 시장화되면서 경제력에 따른 영양결핍이나 의료 소외계층이 양산되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특히 곡식작물 재배에 부적절한 북한 동북부 산간 지역과 안전한 식수가 확보되지 못한 오벽지 등이 문제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의 임산부와 영유아, 결핵환자, 노인 등은 핵심 인도적 지원 계층이 된다.
올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이 감소되어 보건의료 재원 역시 부족한 상태다. 2017년 WHO는 결핵 관리를 위한 총 필요 재원 중 북한 당국이 20%를 부담하였고 국제기구가 30%를 충당하여 나머지 재원이 부족한 상태라고 제시하였다. 최근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가 이어지면서 약제 반입 등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은 말 그대로 정치나 이념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고통 받는 자에 대해 오직 필요에 기초한 인간애에 바탕을 둬야 한다. 그것이 인간 존엄성을 지키는 것으로 그 어떤 영역보다도 우위적 가치에 있다. 대북제재 국면이 장기화되고 인도적 지원마저 중단될 경우, 건강이 취약한 계층의 삶은 위협 받게 될 것이고, 장기간에 걸쳐 문제가 나타나 후일 한반도의 커다란 사회적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


제재 대상 아닌 구호물품도
몇 달씩 전달되지 않아


유엔의 대북제재가 지속되고 미국과 일본 등 개별 국가들의 제재도 확대되는 가운데 북한 주민들의 삶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을까? 현재 직접적인 방문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몇 가지 자료로 북한 주민들의 삶과 인도주의적 상황을 유추해 보고자 한다.
우선 북한의 최근 식량 상황이다. 대북제재로 북한 경제가 과거보다 더 어려워지고, 특히 2017년 봄의 가뭄으로 북한의 식량 상황이 위험에 처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북한 시장에서의 식량 가격은 평상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의 경제 시스템에서 시장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에 식량의 시장 가격으로 북한의 식량 안보에 대한 의미 있는 추정을 할 수 있다. 올해 발간된 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약 60%는 장마당에서 식량을 구입하고 있으며, 14%는 대부분의 식량을 자급하며 단지 22.6%만이 배급제나 공식 채널을 식량 공급원으로 언급하고 있다.
실제로 분석 기간을 올해에 한정하여 살펴보면 북한 내 쌀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러한 추세는 지난 2016년에 비해 조금 더 높은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단, 10월 이후의 가격 하락세는 추수 후 식량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쌀 가격 상승세 … 2016년에 비해 높은 수준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발표한 ‘식량전망보고서(Food Outlook)’에서 북한의 올해 쌀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30만t 감소한 140만t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생산된 평균 160만t보다도 20만t 줄어든 규모다. FAO 관계자는 2017년 봄 심했던 가뭄의 영향으로 쌀 수확량의 감소폭이 매우 크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의 옥수수 생산량이 240만t으로 2016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통해서 보면 북한이 2018년까지 확보할 쌀과 옥수수 양이 약 400만t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북한 주민 한 사람이 1년 동안 소비할 쌀과 옥수수를 합쳐 약 136kg에 해당하는 양으로, 일 단위로 환산하면 주민 한 사람이 하루 374g의 곡물 소비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유엔의 일일 권장량 600g의 62%에 불과한 수준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유엔과 개별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북제재는 유엔 기구와 유럽 NGO들의 대북 인도주의 사업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은 제재 조치가 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상황 개선에 역행하는 것을 의도하지 않으며,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인도 지원과 구호 활동을 하는 국제 및 비정부 기구들의 사업은 제외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유엔 및 유럽 NGO 관계자들은 제재 조치로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 활동에서 심각한 위축을 겪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타판 미시라(Tapan Mishra) 유엔 기구 상주조정관(RC)은 지난 10월 말 유엔의 인도주의 업무를 맡고 있는 부서에 서한을 발송하며 현재의 대북제재 조치가 크게 5가지 측면에서 인도주의 업무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측 물자공급 업체, 북한 내 운송 꺼리고 있어

우선 의료기구와 의약품 등 핵심적인 구호물품이 제재 목록에 있는 물품이 아니라는 서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 달씩 전달이 되지 않고 있고, 많은 운송 업체들이 북한과의 무역에 관여한 결과로 야기되는 금융 및 평판의 비용을 우려하여 북한으로의 물자 운송을 꺼리고 있다. 게다가 많은 수의 중국 측 물자공급 업체들이 인도주의 기관과의 협력에 난색을 표하고 있고, 인도주의 활동에 필요한 금융 채널이 심각한 장애에 봉착해 있어 대금 결제 등에 필요한 은행 간 송금이 거의 중단된 상황임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석유 수입이 엄격히 제한된 가운데 휘발유와 디젤 연료의 가격 상승은 유엔 기구들의 예산과 현장 업무에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음을 밝혔다.
유엔 및 유럽 NGO들의 활동이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유엔과 개별 국가들의 대북제재는 북한 주민들의 삶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또 다른 NGO의 한 관계자는 “북한 주민들이 거의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이미 살고 있기 때문에 생활이 더 악화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언급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시작된지 22년이 지났다. 지금까지의 경험은 한반도에서 평화적 프로세스의 진전 없이 북한의 인도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비단 북한에만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최근 국제사회는 분쟁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지역에서 인도적 지원 및 개발협력 사업의 효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전지구적으로 공적개발원조(ODA) 비용의 약 37%가 분쟁국가를 대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밀레니엄개발목표(MDGs)를 결산한 2015년 현재 이들 지역의 목표 달성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인도적 지원이 진행되더라도, 지역의 분쟁 및 국내외 정치적 상황이 지원의 효과성을 저해하는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시점에서 국내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은 개발지원 방식의 대북지원과 한반도 평화구축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임을 절실히 인식하고 있다. 어느 하나만 추구하거나 조건을 만족시키는 수준에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