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청소년과 대학생들의 일상생활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북한학교의 수행평가, 체험학습, 북한판 특목고, 학부모와 교사 관계, 왕따, 교복패션과 연애풍속도, 미래에 대한 꿈 등 학교생활과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다루며 남한 청소년・대학생들의 궁금증을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탈북교사 강좌 59 | 북한 교사 진급 이야기
등록일2017-11-01
이름김인호
조회수306713
정명호 / 전 북한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교육현장은 그 어느 집단보다 경쟁이 심한 곳이다.
매주마다 교원 주총회가 있었는데
이때 학생 교양, 청소 상태를 종합해 학급 순위를 발표했다.
교실과 복도, 담당구역 청소 상태도 점수화하며,
매달 있는 교내 학과 경연 성적도
학급별로 등수를 정하니 모든 게 다 경쟁이다."
많은 독자분들이 ‘이만갑(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나 ‘모란봉 클럽’과 같은 TV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당의 유일적 영도 아래의 북한 실상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할 것이다. 특히 출세의 시작인 노동당원이 되기 위한 북한 사람들의 처절한 몸부림에 대해 잘 알 것이다. 이런 치열한 경쟁이 교육 현장에서라고 다를 바 없다.
우선 노동당원이 되려면 수령에 대한 충실성, 당성, 노동계급성이 높아야 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것이 노동당원이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자 당의 요구이기도 하다. 따라서 직장은 물론 생활의 모든 면에서 늘 모범이 되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북한 교사들은 교원실에서 상호 간 언행을 늘 조심한다. 북한에서는 말이 곧 그 사람의 정신상태를 나타낸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 사회의 특성상 수령에 대한 비난이나 당 정책에 대한 비판을 드러내놓고 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교사들의 잡담거리는 장마당에서의 물가라든가 평양에서는 무엇이 유행하는지 등의 주제가 대부분이다. 남자 교사들의 경우에는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외국의 과학기술발전, 생활수준에 대한 것들로 국한되어 있다. 하지만 겉으로 고상하고 건전한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는 교사들 간에도 서로가 서로를 시기하고 학교 간부들에 아첨하여 이익을 챙기려 하는 부류는 존재한다.
경쟁, 또 경쟁! 학생교양, 청소상태까지 점수화
개인적으로 북한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집단 통제와 경쟁을 통한 충성심 유도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 교육현장은 그 어느 집단보다 경쟁이 심한 곳이다. 학생 교양, 학생 실력, 교실 꾸리기, 담당구역 청소 등 모든 것을 주단위로 경쟁적으로 총화한다. 학교마다 실정이 조금씩 차이가 나겠지만, 필자가 재직했던 학교의 경우 매주마다 교원 주총회가 있었는데 이때 주 직일 교원이 나와 학생 교양, 청소 상태를 종합해 학급 순위를 발표했다. ‘학생 교양 상태가 나쁘다’라는 말은 아침 등교나 수업에 지각하거나 복도에서 뛰거나 큰소리로 떠드는 행위, 쉬는 시간에 교실에서 난장판을 피우는 등 학교 규율에 어긋나는 행위가 잦다는 것을 뜻한다. 학생 교양 문제로 직일 교원에 걸린 학생이나 학급은 점수를 삭감 당하게 된다. 또한 교실과 복도, 담당구역 청소 상태도 점수화하며, 매달 있는 교내 학과 경연 성적도 학급별로 등수를 정하니 모든 게 다 경쟁이다.
► 2014년 4월 13일 평양 창덕학교에서 북한 김일성 주석 탄생 102년을 기념하는 조선소년단 전국연합단체대회가 열렸다.
매주 학급별 등수를 발표하니 상위권 학급 담임은 기분이 좋을 것이고 순위에서 뒤떨어진 담임은 입을 삐죽거릴 것이 뻔하다.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뒤에서 빈정거리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여차하면 학급 관리를 잘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담임에서도 해임될 수 있다. 교사들이 경쟁을 통해 얻으려는 최고의 수확은 학급 담임이다. (남자 교사의 경우는 당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많음) 국가가 교사를 먹여살려 주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담임의 생계를 책임지니, 담임이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고 교장이나 부교장에게 뇌물이 들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여성 교사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원이 되는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학급 관리, 자신의 실력 제고를 위해서 노력은 하지만 그것이 꼭 당원이 되기 위한 몸부림만은 아니다. 교사 연한이나 나이가 비슷한 또래의 비당원 남자 교사들이 있으면 당연히 그가 당원이 되어야 하는 줄 알고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이 거의 없다.
실력 소문나야 과외로 부수입
교육현장에서 진급은 연한제로 한다. 연한이 많으면 분과장으로 승진할 수 있고 거기에 노동당원이면서 상급 당 기관에 인맥까지 있으면 훗날 교장, 부교장도 될 수 있다. 노동당원이 아니더라도 연한만 되면 분과장 정도는 충분히 될 수 있다.
하지만 연한과 연봉은 아무 상관없다. 이전에는 연한이 곧 연봉이었는데 이젠 교사 급수가 곧 월급이다. 급수시험은 3년에 한 번씩 있다. 급수시험에서 탈락하면 기존 급수에 머무르게 되고 다시 3년을 기다려야 하기에 상당한 손해다. 교사 급수는 무급부터 1급까지인데 1급 교사의 월급이 월 3,500원으로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경제난이 해결되고 국가공급체계가 살아나면 이 돈으로 충분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특히 2000년대 초반부터 젊은 교사들이 급수시험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자신의 실력을 제고하여 교수방법을 연구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월급으로는 장마당에서 쌀 1kg도 살 수 없으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력이 좋으면 개별지도(개별과외)를 통해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교사의 실력이 높으면 학생 실력도 높아지고 그렇게 되면 학부모들에게 입소문이 퍼져 개별지도를 요구하는 학생이 늘어나게 되고 곧 생계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의 경제난이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의 열기를 바꿔놓았고 ‘실력이 곧 돈’이라는 자본주의 영향을 끼치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